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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ldh-not-pear 2024. 11. 16. 00:46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등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연대하여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최원식, 강영숙, 박혜진, 은희경, 정유정, 정홍수, 하성란)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며 “끔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이 서슬 퍼렇고 온기 나는 작품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 절박한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그리며 끝내 설득력 있는 희망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저자
문미순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3.05.09

 

8p.

명주는 나무관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엄마는 며칠 전 작업한 그대로 아마포에 둘러싸여 있었다.

30p.

친구라고? 그럼 저 노인과 엄마가 사귀었다는 건가? 엄마에게 할아버지 친구가 있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명주는 엄마와 살던 1년 반 동안 엄마에게서 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37p.

별의별 손님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55p.

앞으로 어떻게 은진을 키워가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다.


 

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이 소설을 읽은 다수가 몰입력이 너무나도 좋았고, 책을 업으로 삼는 겨울서적님 또한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 내렸다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첫 페이지의 마지막 구절, 단 10자 남짓한 저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너무 힘들어져서(정확히는 뒤에 서술될 이야기를 볼 용기가 없다.라고 말해야겠다.) 이 소설의 뒤를 펼치기 위해 깨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보자니 소설의 몰입감이 저어될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무한히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이 책을 외면한지 한 달쯤 되었을까, 나는 드디어 이 책을 읽을 결심을 하게 된다.

왜냐면 인도 출장을 왔거든요...^^

진짜 아직도 구라 같다 내가 벵갈루루라는 게

그동안 무거운 책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어떤 내 안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선연하게 묘사하는데도 너무나도 술술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는 문미선 작가의 소설은, 소설이 도입부부터 책을 끝마칠 때까지 내내 마음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명주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한숨을 오천삼백 번쯤 쉬고, 주먹을 팔백 번쯤 쥐고 나면 어느새 소설은 끝이 나있다.

결말은,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지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이상하게도 범죄자라 불러 마땅한 두 사람이 이제는 시골집에 무사히 정착해 행복하게 좀 살아봐라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은진이는...... 정신 차려라 진짜........

점점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노인 부양, 중년 여성의 자립, 취약계층의 의식주와 교육 지원 문제.

그동안은 개인에게 떠넘겨왔다고 해도 무방한 복지의 그레이존을 과연 국가에서는 어떻게, 어디까지 서포트하는 게 맞을지 많은 토픽들이 머리를 삭 스쳐 지나가고, 이내 모든 걸 놔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냅다 누워있을 테니 똑똑한 사람들이 모든 이슈를 해결해 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모두가 인간답게 살게 되는 환경이 갖춰진 세상이 언젠간 오기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