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문미순
- 출판
- 나무옆의자
- 출판일
- 2023.05.09
8p.
명주는 나무관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엄마는 며칠 전 작업한 그대로 아마포에 둘러싸여 있었다.
30p.
친구라고? 그럼 저 노인과 엄마가 사귀었다는 건가? 엄마에게 할아버지 친구가 있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명주는 엄마와 살던 1년 반 동안 엄마에게서 친구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37p.
별의별 손님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55p.
앞으로 어떻게 은진을 키워가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다.

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이 소설을 읽은 다수가 몰입력이 너무나도 좋았고, 책을 업으로 삼는 겨울서적님 또한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 내렸다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첫 페이지의 마지막 구절, 단 10자 남짓한 저 문장을 보자마자 마음이 너무 힘들어져서(정확히는 뒤에 서술될 이야기를 볼 용기가 없다.라고 말해야겠다.) 이 소설의 뒤를 펼치기 위해 깨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말을 알고 보자니 소설의 몰입감이 저어될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무한히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이 책을 외면한지 한 달쯤 되었을까, 나는 드디어 이 책을 읽을 결심을 하게 된다.
왜냐면 인도 출장을 왔거든요...^^
진짜 아직도 구라 같다 내가 벵갈루루라는 게
그동안 무거운 책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어떤 내 안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선연하게 묘사하는데도 너무나도 술술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는 문미선 작가의 소설은, 소설이 도입부부터 책을 끝마칠 때까지 내내 마음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명주가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한숨을 오천삼백 번쯤 쉬고, 주먹을 팔백 번쯤 쥐고 나면 어느새 소설은 끝이 나있다.
결말은,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지 열린 결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이상하게도 범죄자라 불러 마땅한 두 사람이 이제는 시골집에 무사히 정착해 행복하게 좀 살아봐라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은진이는...... 정신 차려라 진짜........
점점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노인 부양, 중년 여성의 자립, 취약계층의 의식주와 교육 지원 문제.
그동안은 개인에게 떠넘겨왔다고 해도 무방한 복지의 그레이존을 과연 국가에서는 어떻게, 어디까지 서포트하는 게 맞을지 많은 토픽들이 머리를 삭 스쳐 지나가고, 이내 모든 걸 놔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냅다 누워있을 테니 똑똑한 사람들이 모든 이슈를 해결해 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모두가 인간답게 살게 되는 환경이 갖춰진 세상이 언젠간 오기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