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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소년이 온다 - 한강

ldh-not-pear 2024. 11. 13. 00:09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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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p.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여.

77p.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그 순간 억센 손이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유인물을 뺏고 그녀를 의자에서 끌어냈다.

99p.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106p.

그 순서가 끝나면 그들은 침착하게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대답하든 소총의 개머리판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본능적으로 나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벽 쪽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그들은 등과 허리를 밟았습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아 내가 몸을 뒤집으면 군화로 정강이를 짓이겼습니다.

135p.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166-167p.

기억해달라고 윤은 말했다. 직면하고 증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 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에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177p.

죽지 마.

죽지 말아요.

185p.

그렇게 너를 영영 잃어버렸다이.

 

 

 

그 무엇보다 담담하게 서술되었는데,

감정은 밀도 있다는 다소 모순적인 말로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하다.

분명 사건들을 그저 서술하는 것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눈물을 멈출 수 없다.

이 책은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감정 소모가 커서 책을 읽기까지 한 달 정도가 소요됐다.

여운 또한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떠한 말을 얹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만 할 수 있는 말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이렇게나 괴롭고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만드는 소설은 처음이다.

읽기 전 충분히 마음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소설이다.

동호와, 유령이 된 시점의 정대, 사상검증을 강제 받은 은숙, 증언을 요청받은 '나'와 선주, 그리고 동호 어머니,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한강의 시점에서의 서술이 진행된다.

5.18민주화 항쟁 당시의 상황과 그 트라우마가 어떻게 생존자들에게 남겨졌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소설이며,

정말로 꼭 한 번은 이 책을 다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의 말 중 가장 공감되는 구절을 공유하며

본 글을 마친다.

In seeking to give voice to the victims of history, the book confronts this episode with brutal actualization and, in so doing, approaches the genre of witness literature.

Biobibliography.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4. Fri. 11 Oct 2024.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