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아이가 없는 집 - 알렉스 안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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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를 마친 율리아는 억지웃음을 거두고 울기 시작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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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의 시선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시드니의 손가락에 닿았다. 엄지에 붙인 반창고가 꼬질꼬질했다. 예전 같으면 더러운 걸 붙이고 다닌다며 잔소리를 하고는 새 반창고를 붙여주었겠지. 하지만 그 시절은 이제 사라지고 없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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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가 정말로 이 남자를 죽였고 살인을 했다는 의식이 있다면, 무엇 하러 스톡홀름까지 차를 몰고 와 율리아에게 시체 사진을 보여줄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기억의 공백은 거짓이 아니다. 단순히 반대를 반대하는 심리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16%
“저는 사실 귀족 가문 출신이에요. 집안은 훌륭하지만 재산은 없는. 하지만 개은적으로는 기사원도 싫고, 귀족의 특권도 싫어요. 여성 혐오적인 구조도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게 아직 존재한다니 기가 막히지 않나요.” 모니카가 말하며 자기 머리를 총으로 쏘는 시늉을 했다.
42%
막 노크를 하려는데 안에서 시드니의 목소리가 들렷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중이었다. 행복한 목소리, 거의 애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율리아는 말없이 자신의 방 앞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48%
“남편이 나로 만족하기를 바라는 게 여자 마음 아닌가요? 그이는 그런 이유가 아니래요. 당연히 나는 완벽한 여자고, 진정한 사랑은 나뿐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네… 그래서 시리 말에 발끈한 거예요.”
(생략)
“왜냐고요? 삶을 함께 일군 사이니까요. PG는 완벽한 남자가 아니에요. 전혀. 하짐나 내가 어디를 가겠어요? 나를 사랑한다잖아요.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다 줄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 존재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아요.”
59%
헤어지거나 PG가 죽을 경우 모니카는 한 푼도 못 받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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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가 한숨을 쉬고 팔짱을 꼈다.
“늘 똑같죠. 소유권, 가부장적인 회사 구조, 고리타분한 불평등… 피차 어쩌고,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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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손더스 책이네요.”
(생략)
“아빠도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는 너무 약했어요. 엄마 문제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엄마가 또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그냥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셨어요. 나는 분위기가 정말 심각해지면 PG와 베르테르를 보러 이 집으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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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집 어머니가 다 심각한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니 참 신기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지 않다면?
이야기로 들은 두 여자의 결혼 생활은 완전히 파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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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너는 돈이 있으니까.” 모니카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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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과 행복은 중요하지 않고 나는 그저 당신의 후계자들을 품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하지만 내 의무를 끝냈는데도 이토록 깊은 좌절감을 느껴야하는 이유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이 집의 남자들은 아들을 낳기 위해 생식 능력을 통제하죠. 그 아들들도 생식 능력을 통제해 권력을 유지할 테고요. 내 인생은 끝이에요. 당신이 내 딸을 다른 집에 줘버렸으니까. 내게 남은 게 뭐죠?
(생략)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을 증오해요. 린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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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가졌어, 정말로… 당신이 베르테르보다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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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베르테르와 시리가 친남매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거였어요.
(생략)
“친오빠인 줄 몰랐어요.” 시리가 가냘픈 목소리로 말해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처음부터 알고….”
“맞아요.”
“그때 모든 걸 깨달았어요. 내가 그루밍을 당해 왔다는 걸 알았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오빠에게… 애초에 피할 수 없었다는 것도…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엄마는 나를 미워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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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잘 죽였다고 생각해요.” 시리가 나직이 말해다. “두 번 기회가 와도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했을 거예요.”
이 책의 저자는 다소 특이한테, 이전에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던 부부 작가이다.
부부 서술 소설인데 이렇게 부부 비친화적인 내용이라니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는데 음, ‘나이브스 아웃’같은 느낌인가? 개인적으로는 내용이나 전개를 봤을 대 ‘9명의 번역가’쪽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하다.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틀인 살인범 찾기.
술에 취해 잠든 PG의 핸드폰에 죽어있는 신상불명의 시체 사진이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립 탐정인 율리아가 본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 나가는 내용이 기술된다.
이야기가 구술되어감에 따라 아…PG가 범인은 아니겠구나.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데, 모순되게도 하지만 그냥 내 추측이 틀리고 저xx가 범인이고 엿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스토리는 꽤나 촘촘히 잘 짜여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 장으로 술술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뒤의 내용이 크게 기대되지는 않았다. 아마 페르 귄터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 초중반부부터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베르테르와 페르 귄터의 삶이 그냥 하나~ 하나 역겹기 그지 없어서 흥미가 가지 않은 느낌도 있다.
작가가 어떤 내용을 쇼잉하려는지는 이해가 가는데, 이렇게까지 모든 여자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불행해야하나?싶을 정도로 한 명도 빠짐없이 다 행복할 수 없는 여건이다. 그리고 그 모든 불행은 남자로부터 비롯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보 베르테르는 잘 죽었고 페르 귄터가 착각하고 이승과 굿바이했어도 너무 좋은 결말이었을 거 같아요^^
오늘도 이렇게 결혼과는 19951230 발자국 멀어진다🙏

두 번째로, 율리아와 시드니의 관계 구축 프로젝트?
율리아는 전 남편인 시드니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해고, 시드니 역시 율리아를 여전히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종류인가의 감정은 남아있는 상태로 보인다. 시드니의 감정이 다소 부족하게 서술되어있지만, 에필로그를 보았을 때 시드니도 율리아에게 미련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1이라고 하니, 후속편에서는 관계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아이가 없는 집에서는 시드니의 역할이 당최 뭔지 모를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속작에서는 어떤 캐릭터성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긴 하다.
[아이가 없는 집]라는 제목은 참 잘 지은 것 같다.
1. 저 망할 집구석에서는 아이가 없는 게 낫다.
: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남자 구성원들이 너무…… 너무 별로다! 행동거지 똑바로 해라 진짜…^^
핏줄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점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랄까….
2. 저 집에서 아이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베르테르는 친동생인 시리를 그루밍하고 그 과정에서 유산을 4번 시킨다. 정말 미친 새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육촌이라고 알고 있었던 시리도 제정신은 아닌데, 시리가 친동생인 걸 알고 그루밍 성범죄를 그것도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베르테르? 미친새끼 잘 죽었다^^
페르 귄터는 자기 연민에 빠져서 자기 위안이랍시고 성매매+마약을 하는 인물인데, 아이를 어떻게 가집니까.
차라리 아이가 없는 게 낫고, 없는 게 맞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