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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연소일기(年少日记) - 스포주의 / 결말포함 / 주관적 리뷰

ldh-not-pear 2024. 11. 12. 00:07

수능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12년동안,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고생한 아이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수능이 가기 전 이 영화를 꼭 언급하고싶었다.

연소일기, 2024
 

별점 4.0

★★★★☆

 

연소일기

홍콩에서는 작년 11월에 이미 개봉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11월 13일에 개봉 예정이다.

운이 좋게도 원이가 시사회에 당첨돼서

개봉 전 먼저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시사회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되었고,

이미 부국제에서 많은 사람을 울린 영화라고 해서 손수건도 챙겼음

티켓과 조그마한 포스터를 함께 주는데,

저 문구가 벌써 슬펐다

 

위로해 줘, 그날의 나


 
연소일기

⚠️줄거리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를 제외한 감상편만 보고싶다면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세요.

 

영화의 시작은 어린 요우제가 옥상으로 올라가는 신이 연출된다.

요우제가 옥상에서 뛰어 내리며 영화 초반부터 보는 사람의 심장을 쿵 내려앉게한다.

다행히 옥상 바로 아래는 턱이 하나 더 존재하고,

요우제는 이 턱에 서서 “나는 반드시 홍콩대에 갈거야!!!!”라 외친다.

한편

고등학교의 쓰레기통에서 유서가 발견된다.

我不是什么重要的人。(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적혀있는 이 유서는 마치 자살을 암시하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입을 앞두고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교감은 이 일을 묻기를 바라고, 정 선생님은 편지를 쓴 학생을 찾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장선생의 현재 상황도 짤막하게 나오는데,

아이를 가진 아내에게 “나는 준비되지 못했어”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는 장선생을 보고 아내는 이혼을 선고한다.

근데 사실 그러면 콘돔을 잘 쓰든가 묶었으면 되지 않았을까^^

편지 작성자를 찾던 정선생은 짐더미에서 하마인형과 일기장을 찾아낸다.

이 일기장에는 요우제의 힘든 심정이 서술되어있다.

요우제에게는 요우쥔이라는 영특한 동생이 있는데,

그는 피아노도 능히 치고 공부 또한 전교 3등 안에 드는 수재이다.

 

아빠는 요우제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몰아세우고,

요우제는 그에 대한 많은 압박을 마주한다.

하지만 요우제를 몰아세운건 공부에 대한 압박보다, 그가 잃어버리게되는 것들이지 않았을까?

처음으로는 만화책, 그 다음으로는 그 만화의 만화가, 피아노 선생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가족.

 

본인의 도피처였던 옥상에 동생을 데리고 가 일탈을 즐기던 둘은 순찰을 돌던 어른에게 들키고만다.

이 사건으로 엄마는 동생이 잘못됐으면 어떡하려고 했냐며, 아빠와 이혼하게된다면 그건 모두 너의 탓이라며 요우제를 몰아세운다.

또한 장요우제가 스스로 체벌해달라고 빗자루를 들고가는데 아버지는 나는 더이상 너에게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며 그를 스쳐지나간다.

 

본인만 사라진다면 엄마 아빠 동생 셋이서 너무나도 행복한 가족이 될 것이라 생각한 유우제는 가족들이 미국으로 여행 간 동안 본인이 사라져야겠다 결심한다.

사라져야하는건 너가 아니라 아빠야 애기야ㅠㅠㅠㅠ

 

마지막으로, 동생을 꼭 끌어안는 요우제

요우쥔은 영문도 모르고 자지도 못하게 끌어안고있는 형아가 귀찮기만 하다.

 

그렇게 요우제는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가족은 모두 충격에 빠지고,

엄마는 조용히 결혼반지를 두고감으로써 이혼을 통보한다.

요우쥔은 “엄마 나는?”이라고 물으며 그를 붙잡지만, 한 번 아들은 안아주고는 못내 떠나간다.

 

마지막은 장선생님이자 동생인 요우쥔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형을 잃고, 엄마를 잃는 과정에서 (그리고 아마 그 또한 받아왔던 아동학대의 영향이 있겠죠)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실 요우쥔도 부모님의 기대속에서 지쳐가던 상황이었고, 형이 죽고나서는 부모님의 기대를 부응하는 것이 아닌, 형이 되고 싶었던 좋은 교사가 되는 것으로 진로를 틀었다.

하지만 마음 깊숙히 자리한 상처는 좋아하는 사람을 붙잡지 못하게 했고,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할것이라는 두려움에 결국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뒤늦게 본인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된 요우쥔은 형의 일기장 뒷부분에 본인의 어린시절을 (전)아내에게 고백하는 글을 기입하여 전달한다.

또한 졸업(인지 진급인지)을 앞둔 본인의 학생들에게 짤막하게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남긴다.

“나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냈고, 어릴 땐 나를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있었으면 했어. 하지만 없었지. 그래서 난 너희에게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고싶어. 이건 내 번호야.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뉘앙스)

 

아마 유서를 작성한듯한 학생이 장요우쥔에게 연락을 하고,

전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연출되며 영화가 끝난다.


짤막하게 보여주는 편지에서 잊을 수 없는 글귀들이 있었다.

都不会像弟弟一样(난 동생처럼 될 수 없어)

一定不会(아마 난 안 될거야)

 

일기장에 짤막하게 보여지는 단어들만으로도 장요우제가 얼마나 깊은 아동우울증이 있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건 너무 심한 아동학대에 학교폭력이지 않나?

흔히 어른들이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이토록 무책임한 말이 어디있어…

심지어 요우제는 본인이 불면증이 심하다며 정신과에 가봐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도 엄마한테 묵살당한다.

과연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정말 어리기때문에 크게만 느껴지는 고통이 맞을지도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화가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뉴스를 보도하는 장면에서 진심으로 욕할뻔했음.

베르테르의 효과가 이렇게 널리 알려져있고, 모방범죄가 판치는 형국에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매체에서 저렇게 가감없이 내보낸다고?

솔직히 요우제가 옥상에서 떨어진다는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이와 완전히 관련 없다고 할 수 없을거다…

어린애가 막연히 죽고싶다고 생각해봤자 어떻게 죽을지 구체화를 어떻게 시키겠냐구요 다 미디어매체에서 보고 배운거지…

 

홍콩도 11월에 입시를 진행하는지, 일부로 영화 개봉일을 11월에 잡았나?

비록 홍콩영화지만, 어릴때부터 입시에 시달려온 한국 사람들이 본다면 너무나도 공감될 것 같다.

그게 막 수능을 끝낸 직후의 학생들이라면 감정의 농도가 훨씬 더 짙지 않을까.

 

OST도상당히 잘 뽑은 것 같고,

가사도 너무나도 슬퍼서 저는 끝날때까지 주룩주룩 울었어요

 

+) 갑자기 기억났는데,

동생이 연주하던 곡이 드뷔시의 꿈(Rêverie)이었던 것 같아요.

요우쥔이 요우제 대신 꿈을 이룬 것,

요우제가 엄마, 아빠의 기대에 부응해 홍콩대를 가고 싶었던 꿈을 꾸었던 것을 나타내기 위한 감독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문득 또 한번 울컥했다.

(아직 한국에 개봉된 영화가 아니기에 온전히 내 기억에 의존한 추측인데 / 아니라면 머쓱타드 헤헷)

 

영화 보러갈 때 꼭 손수건 들고가기를 추천드리며

 

-끗-